책소개
≪열이전≫은 귀신, 요괴, 신선, 도술, 저승, 유혼(幽婚), 기이한 물건, 재생, 변신, 민간 전설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위진남북조 지괴소설의 전형적인 내용이 된다. 위(魏) 문제(文帝) 조비(曹丕)가 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서는 3권이었으나 남송대(南宋代) 이후에 이미 망실된 것으로 보인다. 그 일문(佚文)이 여러 유서(類書)에 산재되어 총 51조가 남아 있는데, 현재 남아 있는 일문을 통해 ≪열이전≫의 대체적인 면모와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열이전≫의 찬자설
≪열이전≫의 최초 저록(著錄)은 당나라 때 편찬된 ≪수서(隋書)≫ <경적지(經籍志)> 잡전류(雜傳類)에 보이는데 “≪열이전≫ 3권, 위 문제 찬”이라 했으며, 잡전류 소서(小序)에서도 “위 문제가 또 ≪열이전≫을 지어 귀물의 기괴한 일을 기록했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한 당나라 우세남(虞世南)의 ≪북당서초(北堂書鈔)≫, 이현(李賢)의 ≪후한서(後漢書)≫ 주, 서견(徐堅)의 ≪초학기(初學記)≫ 등도 ≪열이전≫을 인용하고 찬자를 위 문제라고 기록했다. 송나라 정초(鄭樵)의 ≪통지(通志)≫ <예문략(藝文略)>에도 ≪수서≫ <경적지>와 같이 기록되어 있다. 이상의 기록에 따라, ≪열이전≫의 원서는 본래 3권이었으며 그 찬자는 위 문제 조비임이 분명해 보인다. 또한 조비는 박물(博物)에 관심이 많았고 <절양류행(折楊柳行)>과 같은 유선시(遊仙詩)를 지은 것으로 보아 그가 찬자라는 데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된다.
한편 오대(五代) 때 편찬된 ≪구당서(舊唐書)≫ <경적지> 잡전류에는 “≪열이전≫ 3권, 장화(張華) 찬”이라 저록되어 있고, 송나라 때 편찬된 ≪신당서(新唐書)≫ <예문지(藝文志)> 소설가류(小說家類)에는 “장화 ≪박물지≫ 10권, 또 ≪열이전≫ 1권”이라 저록되어 있으며, 송나라 왕흠약(王欽若)의 ≪책부원귀(冊府元龜)≫ <국사부(國史部)>에는 “장화 찬 ≪열이전≫ 3권”이라 저록되어 있는데, 어디에 근거해 찬자를 장화라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현재 ≪열이전≫의 일문 가운데 <왕신(王臣)> 고사는 위 명제(明帝) 경초(景初) 연간(237∼239)의 일이고, <왕주남(王周南)> 고사는 제왕(齊王) 정시(正始) 연간(240∼249)의 일이며, <현초(弦超)> 고사(제32조)는 제왕 가평(嘉平) 연간(249∼254)의 일이다. 이 시기는 모두 조비의 사후에 해당하므로 후대 사람이 찬입(竄入)한 것으로 보이는데, 서진(西晉) 장화(232∼300)의 활동 시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므로 찬자가 장화일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청나라 요진종(姚振宗)은 ≪수서경적지고증(隋書經籍志考證)≫에서 “장화가 문제(文帝)의 책을 이어 지었는데 후대 사람이 그것을 합친 것으로 여겨진다”라고 하면서, 본래 조비가 찬하고 장화가 그것의 속편을 짓거나 증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열이전≫의 찬자에 관해 조비설, 장화설, 장화의 속작설이 있다. ≪열이전≫의 최초 찬자는 조비인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이는 주변의 이야기를 모아서 만든 개방적인 볼거리였기에 이후 장화 혹은 다른 후대 사람이 재편(再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남송대 이후의 전적에는 ≪열이전≫에 대한 저록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것은 남송대 이후에 망실된 것으로 보인다. ≪열이전≫의 일문은 루쉰(魯迅)의 ≪고소설구침(古小說鉤沈)≫에 총 49조가 집록되어 있고 그 후에 2조가 더 발견되어, 현재 총 51조가 남아 있다.
≪열이전≫의 가치
≪열이전≫은 위진남북조 최초의 지괴소설로서 후대 지괴소설에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동진(東晉) 간보(干寶)의 ≪수신기(搜神記)≫다. 현재 ≪수신기≫에는 ≪열이전≫의 고사 25조가 채록되어 있는데, 일부 고사는 그대로 전해져 기록되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본래 고사보다 훨씬 편폭이 길고 구성이 짜임새 있으며 문학성이 높게 묘사되어 있다. ≪열이전≫의 고사 중에서 지괴소설 최초의 유혼 고사로 여겨지는 <담생(談生)>, 어수룩한 귀신을 속이고 팔아서 돈을 번다는 내용의 <송정백(宋定伯)>, 협객을 통해 억울하게 죽은 부친의 원수를 갚는다는 내용의 <삼왕 무덤(三王冢)> 등은 묘사가 생동감 넘치고 고사성이 풍부해 후대까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200자평
조조의 아들 조비가 지은 위진남북조 최초의 지괴소설이다. ≪열이전≫에는 귀신, 요괴, 신선, 도술, 저승, 유혼, 기이한 물건, 재생, 변신, 민간 전설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위진남북조 지괴소설의 전형적인 내용이 된다. 부록으로 옮겨진 ‘한빙 부부’와 ‘장숙고’ 고사까지 총 51조의 괴이한 고사들을 소개한다.
지은이
조비는 삼국시대 위(魏)나라 문제(文帝)로서 당시의 대표적인 문학가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자는 자환(子桓)이며 패국(沛國) 초 사람이다. 후한 헌제(獻帝) 건안(建安) 16년(211)에 오관중랑장(五官中郞將)과 부승상(副丞相)이 되었고, 22년(217)에 위 태자로 책봉되었다. 연강(延康) 원년(220)에 부왕(父王) 조조(曹操)가 죽자 위왕(魏王)과 승상 자리를 계승했으며, 같은 해 10월에 위나라를 개국하고 제위에 올라 연호를 황초(黃初)로 정했다. 7년간 재위한 뒤 226년에 39세로 죽었다.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문제기(文帝紀)>에 그의 전(傳)이 있다. 조비는 박학하고 재주가 많았는데, “여덟 살 때 문장을 짓는 데 능했고 빼어난 재주를 지녔기에 고금의 경전(經傳)과 제자백가의 책에 두루 능통했으며”, “어렸을 때는 ≪시경≫과 ≪논어≫를 암송했고, 장성해서는 오경과 사부(四部)를 갖추어 통독했으며, ≪사기≫, ≪한서≫, 제자백가의 설을 모두 열람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문학가로서 조비는 시가에서 가장 뛰어난 면모를 보였는데, 그의 부친 조조, 동생 조식(曹植)과 ‘삼조(三曹)’로 병칭된다. 그는 “문학을 애호하고 저술을 임무로 삼아 스스로 편찬한 책이 거의 100편에 이르렀다”. 그의 저작으로는 ≪위문제집(魏文帝集)≫ 23권, ≪전론(典論)≫ 5권, ≪사조(士操)≫ 1권, ≪열이전≫ 3권, ≪소서(笑書)≫ 등이 있다. 그리고 중국 최초의 유서(類書)로 알려진 ≪황람(皇覽)≫ 1000여 권을 칙명으로 편찬했는데, 지금은 모두 망실되고 그 일부만 전해지고 있다.
옮긴이
김장환은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세설신어연구(世說新語硏究)>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연세대학교에서 <위진남북조지인소설연구(魏晉南北朝志人小說硏究)>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강원대학교 중문과 교수와 미국 하버드 옌칭 연구소(Harvard-Yenching Institute) 객원교수(Visiting Scholar)를 지냈다. 전공 분야는 중국 문언소설과 필기문헌이다.
그동안 쓰고 번역한 책으로는 ≪중국문학입문≫, ≪중국문언단편소설선≫, ≪중국연극사≫, ≪중국유서개설(中國類書槪說)≫, ≪봉신연의(封神演義)≫(전5권), ≪열선전(列仙傳)≫, ≪서경잡기(西京雜記)≫, ≪세설신어(世說新語)≫(전3권), ≪고사전(高士傳)≫, ≪태평광기(太平廣記)≫(전21권), ≪태평광기상절(太平廣記詳節)≫(전8권), ≪중국역대필기(中國歷代筆記)≫ 등이 있으며, 중국 문언소설과 필기문헌에 관한 다수의 연구논문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1. 황제
2. 진보 사당
3. 노특 사당
4. 모두 기병
5. 삼왕 무덤
6. 공자 무기
7. 노소천
8. 공손달
9. 난후
10. 선우기
11. 수광후
12. 소아
13. 포선
14. 비장방(1)
15. 비장방(2)
16. 비장방(3)
17. 풍 부인
18. 장자문
19. 호모반
20. 도삭군
21. 화흠
22. 장제의 아들
23. 유탁
24. 등탁
25. 탕성경
26. 하문
27. 송정백
28. 부 상서의 딸
29. 사슴으로 변한 팽씨
30. 영릉현의 도사
31. 사균
32. 현초
33. 진절방(1)
34. 진절방(2)
35. 채경(1)
36. 채경(2)
37. 여군
38. 석후 사당
39. 담생
40. 채지
41. 귀신 손님
42. 유백이
43. 강엄과 병랑
44. 잉어 요괴
45. 왕신
46. 왕주남
48. 여산의 야생 거위
49. 노자
부록
50. 한빙 부부
51. 장숙고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무창군(武昌郡) 양신현(陽新縣)의 북산 위에 망부석이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사람이 서 있는 것과 같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옛날에 어떤 정숙한 부인이 그 남편이 군역을 위해 멀리 전쟁터로 나가게 되자 어린 자식을 데리고 이 산에서 남편을 전송했는데, 선 채로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그대로 돌로 변했다고 한다.
2.
송정백이 곧장 완시로 가서 귀신을 땅에 내려놓았더니 한 마리 양으로 변했다. 송정백은 바로 그것을 팔았으며, 또 그것이 변신할까 봐 걱정해 침을 뱉었다. 그러고는 돈 1500냥을 받고 그곳을 떠났다. 당시에 이런 말이 나돌았다.
“정백이 귀신을 팔아 1500냥을 벌었다네.”
3.
이 여자는 사람을 홀리는 요괴지, 내 부인이 아니다.’
그러고는 다가가서 그녀를 붙잡은 뒤 등불을 가져오라고 크게 소리쳤더니 그녀는 몸이 점점 작아졌다. 그래서 이불을 들춰 살펴보았더니 다름 아닌 2척 길이의 잉어 한 마리였다.